April 27, 2024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하나님의 손을 의지하며

아프리카 선교사역을 하던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해외선교에 전념하며 25년을 지내는 동안, 미국에 계신 부모님들을 뵙고 또 우리의 사역과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후원해 주시는 동역자들을 만나 교제하면서 몇년에 한번씩 보통 2-3주의 시간을 가지고 선교지를 떠난 적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온전히 1년의 안식년을 가져본 것이 처음입니다. 이젠 두 아들들도 성인이 되어 품을 떠나고,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오붓하게 휴식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안식년을 시작한지 벌써 8개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안식년을 휴가처럼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문제로 고비를 넘기는 때도 많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맞닥뜨리면서 순간순간 걱정이 앞설 때도 있었고, 녹녹하지 않은 재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부정적인 문제들보다도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크시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시편 37:23-24)

시부모님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선교사 게스트 하우스와 연결이 되어 1년간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고, 안식년동안 필요한 것을 위해 특별헌금을 해주신 후원자님 덕분에 중고차도 구하여 편리한 이동수단이 생긴 것도 감사한 일이지요. 무엇보다도 병환중에 계시던 시아버님을 가까이서 살펴드리고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 비록 시차가 2시간있는 거리라고는 하나, 같은 미국내에 있으면서 두 아들들과 수시로 전화도 하고 방학기간에는 함께하며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또한 1년내내 습하고 더운 필리핀에서 7년을 지내다가, 오랜만에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도 지내고, 추위와 눈도 경험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오랜만에 겪는 추위 속에 몸이 적응하느라고 그랬는지, 응급실 신세도 두 번이나 지고 항생제 치료를 두달 가까이 하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잘 지나게 된 것도 감사하지요. 안식년을 시작하며 파송교회를 비롯해 몇몇 후원이 중단되고, 선교지에 비해 턱없이 물가가 비싼 미국에서 지내려니 어려움도 있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시시때때로 보내주시는 까마귀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으니 그것도 감사할 뿐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 귀한 시간들을 감사함으로 채우며 남은 안식년을 마치려 합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또 어떤 걸음을 정하여 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붙잡아주시는 하나님의 손을 의지하며 주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계속 걸어가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