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4, 2022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행복한 선교사

어젯밤 남편이 선교편지를 다 썼다고 보여주며 저에게도 항아리를 쓰라고 재촉하더군요. 그 때 제 대답이 ... “마음이 힘들어서 항아리를 더 이상 못쓰겠어. 이제 그만 깨 버려야 할까 봐요.” 나를 바라보던 남편이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래요, 그럼. 근데 시작도 기도하고 했으니 깨는 것도 기도해보고 깨시되, 혹시 기대하고 있을 분들에게 이제 항아리를 깬다고 알려드려요~” 처음 항아리를 쓰기 시작할 때에는, 선교사로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편한 마음으로 나누면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과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에게서 공감이 된다는 메세지를 받으면 힘도 나고 위로도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솔직한 제 심정을 쏟아 놓다 보니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어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었지요. 그래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복잡한 요즘은 항아리를 쓰는 것이 눈치도 보이고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선교사의 뒷모습”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로 우크라이나와 몽골에 이어 현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사역하시는 주수경 선교사님께서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대해 쓰신 책이었습니다. 실제 체험을 통한 선교사의 현실적 고민들과 문제들을 선교학적인 이론과 아울러 다루고 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그렇지!” “아멘”을 마음으로 외치며 단숨에 읽게 되었는데, 정말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선교란 무엇인가? 나는 바른 선교를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은 처음 선교지에 왔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물으며 답을 찾으려 애쓰게 되는 부분입니다. 현지에서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과 현지인 사역자들과의 갈등, 자녀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선교사 자녀로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선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진솔한 문제들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떠나는 선교사와 돌보는 선교사’라는 주제로 선교 현장에 나간 선교사와 보내고 후원하는 동역자들의 관계에 대해 쓰신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는 선교사와 보내는 선교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가는 선교사와 돌보는 선교사’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 선교사님의 표현에 ‘아멘!”으로 동의하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돌봄의 마음을 품은 후원자들을 연결해 주세요’ 하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물론 저희 가정이 선교지에서 지내는 동안, 부족하나마 선교사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과 따르는 아픔을 공감해주고 배려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런 동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실족하지 않고 선교사의 부름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요. 선교사 생활 25년이면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을 법도 한데도, 사역의 업적에만 촛점을 맞추고 고난과 역경은 선교사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영적훈련같이 여기며 연약한 부분을 질책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서글퍼집니다.

암수술을 하시고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시아버님과 전화로만 위로하고 기도할 때면, 상황이 좋지 않아 힘들어 하는 친정식구들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그저 멀리서나마 기도한다고 말할 때면,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며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면서도 선교지를 떠나기가 눈치 보이고 부담되는 요즘이면 … ‘사역의 성공보다 진실하고 행복한 선교사가 되라고 하는 후원교회의 격려와 응원이 내적인 평안과 힘을 주었다’고 한 주수경 선교사님의 고백이 부럽습니다. 근래 와서 부쩍 골골해진 저를 보며 걱정이 많던 남편의 결단과 몇몇분의 도움으로 조만간 건강검진과 진료차 한국에 잠시 다녀오려 합니다. 선교사의 뒷모습은 선교사들끼리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꿈꾸는 선교지망생들이나 후원하는 교회나 단체들도 필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저의 넋두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항아리를 깨는 대신 행복한 선교사가 되고 싶은 제 마음에 요즘 들어 가득한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어디에 있던 예수님과 함께 행복한 우리가 되기를~~

[이석로/송재은 선교사] 선교소식 (2022년 9월)

주님의 눈길

" ...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창세기 12:3)

나님께서 여러분과 저희를 축복하신 이유가 선교를 위함임을 위의 말씀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교편지는 여러분과 저희의 동역을 통해 열방이 받은 소식들을 나누는 공간이지요. 그리스도인의 소명인 선교를 위해 이렇듯 힘쓰는 우리들의 동역을 통해 오늘도 전방에서 일하시는 주님의 손길에 감사를 드립니다.

역대하 16:9 보면 선견자 하나니가 유다의 아사왕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호와의 눈은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신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눈이 머무시는 곳에 우리의 눈도 머물기를 원합니다. 지금 이시간 우리들의 삶속에 머무시는 주님의 눈길은 아시아 지역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힘입어 이를 위해 7년전 이곳 필리핀에 왔고, 이후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사역하는 크리스천 지도자들을 양성하고자 바로 아시아 지역에서 주님의 인도를 따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로 저는 남성 사역자들을, 아내 송재은 선교사는 사역자들의 부인들을 훈련합니다. 아시아의 20여개 국가에서 잠재력있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만 합해도 세계 인구의 2/5입니다. 현재 EAPTC 아프리카를 넘어서서 이미 아시아의 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중국 선교의 현황이 좋지 않습니다. EAPTC 중국 책임자인 T 목사님의 증언에 의하면 코비드 이후로 중국 정부는 교회들 특히 가정교회들을 통제하기 위해 계속적인 압력 가해오고 있습니다. 사역의 세부적인 내용을 일일히 지켜보는 정부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온라인으로 사역자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인터넷 콘텐트들 역시 검열에 노출될수 있다고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신앙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사역하는 주의 종들의 안전과 지혜를 위해서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힌두교가 80%, 회교가 10% 인도의 T 지역에서 EAPTC 동역하는 N 목사님과 V 사모님 역시 여러분의 중보가 필요합니다. T 지역은 남성들의 90%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어린이 사역과 여성 사역을 통해 교회 개척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 사회 변혁과 인도 선교의 베이스로 성장하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소그룹 제자훈련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T 지역의 청년 교회 역시 성령님이 EAPTC 국제 팀을 통해 하시는 일입니다. EAPTC 베트남 책임자 V 전도사님은 목회와 더불어 매월 정기적으로 지방의 사역자들을 위해 단기 코스 훈련까지 진행하며 신학훈련을 받지 못한 크리스천 지도자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보안상의 이유로 서면에 사진들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도 주의 나라는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여러분과 저희의 헌신을 통해 주님의 손길이 닿고 있는 지역입니다. 빈곤과 부패로 찌들어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짐바브웨에서도 인류의 소망인 그리스도의 교회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인근 나라 말라위에서 EAPTC 통해 사역자훈련을 받은 Oscar 목사님이 본국으로 돌아가 수도 Harare 개척한 교회가 열매입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교회 출석이 소흘해진 성도들을 살피고 약해진 교회를 견고하게 세워가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주의 몸된 교회가 더욱 힘있게 성장할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저희가 있는 필리핀은 독재자로 역사에 남은 마르코스의 아들이 얼마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불균형적인 경제의 인플레이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유가 상승은 물론이고, 갑자기 양파 값이 걷잡을 없이 올라가더니 얼마전에는 설탕 값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마트에 아예 물건을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지인들 중에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계시는 저희 아버지께서 위암 판정을 받아 속히 암세포 주위를 잘라내고 위를 재연결하는 수술을 전에 받으셨습니다. 수술 이후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시는 삼킴장애를 비롯한 후유증으로 요양원과 응급실을 오가시며 재활치료를 하며 고전하고 계십니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이유로 부모님 곁에 가지도 못하고 전화로 안부를 묻고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는 어쩔수 없이 불효자입니다. 나이들어 기력이 약해지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은 고사하고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도 함께 하지 못하며 손자들 재롱도 못보시고, 일찌감치 자식을 선교지로 보내고 그저 수년에 한차례씩 만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시며 생활하신지가 어언듯 26년입니다. 여러분도 기억나시는데로 저희 아버지의 재활과 회복을 위해, 또한 간호하시는 어머니께서 지치지 않으시기를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송재은 선교사도 지난 1년간 대상포진을 4차례에 걸리고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하는 건강이 좋습니다. 염려해 주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진료를 위해 10월중 잠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필요한 검진과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동역자 여러분께서도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보며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어연듯 진규는 대학교 4학년, 현규는 고등학교 4학년입니다. 부모를 떠나 혼자 살아가면서 성숙해가는 아이와, 선교지에서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지만 신앙과 함께 바르게 성장해가는 둘째를 보며 주의 은혜를 봅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부모 따라 어찌 보면 자신들의 뜻하고는 상관없이 나라 나라로 다니며 아이들입니다. 오랫동안 타국에서 살아오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양가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진규가 영상 통화로 저와 아내에게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요. 잠언 20:7 언급하며 엄마 아빠가 신실하게 주님을 따르시기 때문에 자녀인 제가 복을 받아요~” 열방의 제자들과 아울러 집안의 제자들을 세우기 위해 부족하나마 노력한 우리의 삶을 주님이 어여삐 보시는 같은 생각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안이나 밖이나 선교는 정말 주님이 하신다는 절감합니다.

아무리 지치고 어려워도 선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하기에 오늘도 전진합니다. 시간도 전방과 후방의 동역자들의 헌신을 통해 주님의 선교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계속해서 함께 가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중보기도로, 선교헌금으로, 격려의 메시지로 저희는 힘을 얻습니다. 함께 해주심을 감사드리며, 열방에서 소식 전합니다.

* 함께 기도해 주세요

(1) 어려운 환경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열방의 제자들을 위해서 (보호, 건강, 공급)
(2)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 특히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받으시는 아버지를 위해서
(3) 송재은 선교사의 한국 방문과 진료를 위해서
(4) 진규와 현규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신앙을 지키며 성장할수 있도록
(5)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잘 분별하며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서 성실할 수 있도록


Evangelical Alliance for Preacher Training / C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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