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 2016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주여 나를 이끄소서 (2016년 4월)

선교지에서 잠시 후방의 교회들을 방문하는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언제 다시 사역지로 가세요?” 입니다. 모처럼 가족이나 기도해 주시던 지인들을 만나면 반갑고 감사하지만, 그 시일이 좀 길어지면 이런 질문들 때문에 난처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18년의 선교현장의 사역 후 몰아 쉬는 안식년이란 명목으로 2년을 계획하고 시작한 한국생활이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물론, 남편의 학업으로 인해 1년의 학습연구년을 더 보내게 되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선교사”라고 소개되면서 짧지 않은 시간을 한국에서 지낸다는 것이 민망할 때도 많았습니다. 4년의 시간동안 제대로 안식도 못해보고, 일도 하고 사역도 하면서 나름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선교사라는 타이틀에 뭔가 부담되는 시간을 지냈습니다. 1년 전 학위를 받은 남편과 다시 선교지로 나가기를 위해 준비할때 눈앞에 펼쳐진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저희들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순종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연세드신 부모님들도 염려하며 기다리시는 미국으로 가야 할지, 우리들의 젊은 시절 열정을 담았던 아프리카로 가야 할지, 계속 한국에 머물며 사역해야 할지 기도하는 중, 생각지도 못했던 필리핀 사역을 보여주시고, 현장답사를 통해 너무도 분명히 저희 부부의 마음에 새로운 사역을 향한 비전과 도전을 주셨기에 앞뒤 재보지 않고 필리핀행을 결단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시작된 사역들을 잘 마무리 하기 위해 1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남편은 한국과 중국에 펼쳐진 선교훈련과 지도자훈련 사역을, 저는 교회에서 주일학교 유치부와 부모들을 양육하는 사역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이제 정말 필리핀으로 들어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언제 올까 하던 그 시간이 막상 현실로 가까워오니, 여러가지 생각과 모순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곳에서도 할일이 많은데, 왜 굳이 필리핀으로 가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정말 한국의 현실이 선교지임이 분명하고 우리가 할일도 많은것 같은데 여기 남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겨울을 지내시며 부쩍 약해지신 부모님들 소식을 듣고 나면, 미국에서의 초청에 응하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맘에 던지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혼란스런 모습을 보면 또 새로운 문화와 환경으로 이 애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인가 싶은 불안함도 생깁니다. 일을 하다보면 현저히 느껴지는 중년의 체력도 무더운 필리핀에서의 생활을 잘 감당할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구요. 또다시 자비량 선교의 길로 순종하며 가려는데, 왜 재정의 후원은 없나? 무작정 간다고는 했지만, 재정이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정작 필리핀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아이들을 키우나?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과 질문을 가지고 주님께 나가면, 기도 가운데 가야할 길을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주님의 임재가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와 제 동생을 앉혀놓고 주님을 떠나 세상살이에 바쁜 부모님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던 외할머니의 기도 속에는 저를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자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있었습니다. 유치부 여름성경학교 시간에 요나의 설교를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 제 마음에는 하나님이 가라시면 싫어도 가야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았었지요. 25년전 선교사로 헌신하며 그 부르심에 감격하던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선교하는 가정을 꿈꾸며 바울 같은 남편을 달라고 기도하다 만난 남편과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선교사로 살아가는동안 경험했던 하나님의 축복은 말과 글로 다할수 없이 큽니다. 세상에선 나이가 많다고 이력서도 받지 않으려하는 나를 그간의 경험과 배움들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역지로 보내심이 감사합니다. 요즘 지구촌 뉴스에는 사건사고가 많이 등장합니다. 테러단체들의 의한 사고뿐 아니라,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들도 많습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들이 살해당한다는 뉴스가 종종 들리는 지라, 어떤분들께서는 필리핀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도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대답합니다. 세상 어디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나요? 주님이 있으라 하신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요즘 제가 아침마다 부르는 찬양입니다. 주님 말씀 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주님 뜻이 아니면 내가 멈춰서리다. 나의 가고 서는 것 주님 뜻에 있으니 오 주님 나를 이끄소서 ... 주여, 나를 이끄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