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3, 2016

[이석로/송재은 선교사] 기도편지 (2016년 11월)

감사의 스토리

필리핀 퀘존시티에서 두번째 선교편지로 인사드립니다. 그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어느덧 증가한 사역들로 인해 분주하였습니다. 이제 마닐라에 온지 6개월이 넘어갑니다. 재미있는 것은 계절이 없이 사시사철 더운줄만 알았던 필리핀도 나름대로(?) 계절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잦은 태풍과 홍수로 인해 강가에 위치한 집이 물에 잠길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숨이 막히는 더위는 조금 수그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나는 날씨입니다. 요즘 한국이나 미국의 동역자들과 연락할 때면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고 하시는데 동일한 시간대에 한 지구촌에 이토록 다채로운 기후들이 공존한다는 것이 여전히 흥미롭기만 합니다.

어찌보면 그 동안 얼떨결에 이곳에 적응해 온 것 같습니다.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며 선하심으로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시는 동역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님이 주신 부르심에 충성하며 저희 부부의 주 사역지인 IGSL 신대원을 비롯하여 여러곳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IGSL에서는 5월부터 시작한 첫 학기에 목회지도력(Pastoral Leadership) 수업을 강의하였습니다. 더 나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 3개월을 함께 배우고 고민하며 수고한 주의 종들에게 성령의 기름부음이 더하기를 기도합니다.

8월말 방학이 시작되면서는 서울 지역에서 진행된 선교훈련학교 강의를 위해 서둘러 저는 한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국내외에서 선교에 헌신한 강사들과 훈련생들이 함께 모여 불광동 팀수양관에서 열띤 훈련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교학교 강의와 EAPTC Korea 이사회의를 마치고 마닐라로 돌아와 연이어 IGSL의 개교 35주년 감사예배 및 졸업생 세미나에서 상황화(Contextualization) 를 주제로 강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섬기는 청지기 지도자들을 양성하고자 35년간 한길을 달려온 학교와 교수진 그리고 학생들이 실로 자랑스러웠습니다. 3시간 반의 감사예배가 사람의 공로와 자랑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 신학교 사역을 시작하시고 주관하시는 주님께만 온전히 촛점을 맞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행사 순서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은혜와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슨 기념식 때마다 유명인사들의 축하인사나 격려사와 더불어 연혁을 짚어보며 업적을 드러내고 자랑스러워하는 자기만족을 앞세운 격식차린 행사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삶으로 제자화를 실천하려는 교수진들과 겸손히 충성으로 섬기는 스탭들, 그리고 학교를 통해 배운 것을 지식과 학위로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주께서 보내신 곳에서 복음으로 인한 변화를 추구하며 성실히 주의 길을 따르는 졸업생들의 자취를 볼 수 있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사역의 현장에서 팀이 되어 사역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말이 좋아 신학교 교수 사역이지, 작은 것부터 본을 보여야 한다는 사명으로 사례는 커녕 후원금을 모아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제자를 세워가는 동역자들을 보며 다시금 도전을 받았습니다. 저와 송선교사의 작은 순종 역시 이렇게 주의 나라를 위해 계속 쓰여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함께 하는 모든 동역자님들께 감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0월에는 C국에 사역자 훈련원 사역을 재정비하고 왔습니다. 두 지역에서 기초반과 상급반이 교회 사역자들을 위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 년 내에 이들을 통해 C국내에도 많은 교회들이 개척될 것을 기도하며 기대합니다. 아프리카 10개국의 사역들 역시 저와 한국 선교팀이 금년초에 케냐와 탄자니아를 다녀온 이후로도 건실하게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감사의 스토리입니다. 또한 주님께는 영광이며 여러분과 저에게는 면류관입니다.
이번 학기에 저는 IGSL에서 문화 개혁론(Transforming Culture) 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교학 교수가 모자라 현재 제게 할당된 학생수만 한 반에 37명입니다. 또한 아시아신학연맹 (ATA) 산하인 Asia Graduate School of Theology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PhD 박사과정 학생들의 논문지도를 Reader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11월과 12월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Alliance Graduate School 의 한국어 코스에서 선교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역에 지혜와 더위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히 요구됩니다.

송재은 선교사도 IGSL내의 Children school에서 교목(Chaplain) 을 맡아 신학생들과 스탭들의 자녀들을 영적으로 지도하면서 이미 어린이사역을 효과적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송 선교사도 새로이 여러 가지 어린이사역들의 책임들을 맡게 되어 시간관리와 건강관리가 관건입니다.

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는 진규와 현규도 큰 문제없이 새로운 환경과 학교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다시 영어로 공부하며 처음엔 힘들어 하더니, 이젠 친구도 많이 사귀고 학교 공부에도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처음 아프리카로 갔을 때도, 다시 한국으로 안식년을 갔을 때에도, 또 필리핀이라는 새로운 사역지로 오게 되었을 때도, 어찌보면 무모하다 싶은 결단이었지만 기도 가운데 주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며 지금까지 감사하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이 보내신 곳에서 주님과 동행하며 살아가고 사역을 계속하기를 위한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중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저와 아내가 맡겨진 사역들을 지혜롭고 건강하게 감당하도록
(2) 진규, 현규가 계속하여 학교생활을 잘 하고 하나님의 사람들로 성장하도록
(3) 차량 구입을 위해서 (사역지와 아이들 학교가 거리가 멀고, 교통상황이 좋지 못해 차가 한 대 더 필요합니다.)

동역자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 이 모든 사역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시아와 열방을 변화시킬  사역자들을 양성하여 열방에 주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일에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한국과 미국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이어 이제는 어수선한 정치계와 사회에 관한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평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동역자님의 남은 한해 역시 은혜와 감사로 일관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감사의 계절에 세계 복음화의 비전을 함께 하는 동역자님의 가정과 교회에 주님의 평안이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61123
여러분의 동역자된,
이석로 (송재은, 진규, 현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