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6, 2012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첫 사랑 (2012년 6월)

“선교지에서 고생 많으셨을 텐데, 한국에 오시니까 좋지요?” 하고 제가 아프리카에서 10년을 넘게 지내다가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온 선교사라는 소개를 받는 분들이 물으십니다. 그럼, 전 마땅히 “네. 좋습니다.” 하고 대답을 해야할텐데 솔직히 그런 대답이 선뜻 나오지는 않습니다. 거의 25년만에 돌아온 한국은 오히려 많은 것들이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행을 결정했지만, 한국어도 서툰 진규와 현규는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 했고, 지난 선교편지에서도 나누었듯이 남편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혼란스러워했었지요.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게 된 저는 다른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맡겨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강한척 지냈습니다. 저는 지금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며 어린이 사역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안식년을 맞은 선교사인 저를 많이 배려해 주시고, 함께 일하는 교사들도 저를 믿고 격려해 주시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기독교 유아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며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고 기름기도 많은 한국 음식 덕분에 살도 많이 찌고, 원한다면 한국 TV도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고, 이렇게 바라던 환경에서 지내면서도 어쩐지 몸과 마음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삶은 아무래도 선교 현장인지라 정신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어야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긴 했지만, 시간적으론 여유가 있었지요. 그런데 한국 생활은 조금은 편한 생활환경에서 있긴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주위를 살필 여유도 없이 무엇에 쫓기듯 살고 있더라구요. 길을 다니면 도저히 민망하여 눈길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패션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번듯하게 교회건물들은 지어놓고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한국교회의 단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요즘 한국은 왜 이런거야?’ 라는 비판만 하게 되더군요. 때론 유치원에서 너무도 경우없는 젊은 학부모들과 제대로 가정에서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소식들과 학부모들의 과잉경쟁으로 지쳐하는 어린아이들, 케냐와 비슷한 수준의 정치판...  심지어는 진규와 현규가 신호등을 지키지않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사람들이 왜 케냐사람같이 하냐고 물어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 왜 우리를 한국으로 보내셨나요?’ 하는 질문과 푸념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벌써 6개월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오히려 난 저들과 다르다는 교만함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고, 나름 일하고 살림하면서 공부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안식년에도 몸도 쉬지못하고 헌신한다고 하는 스스로 대견해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듯 함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하고... 뭐 이렇게 복잡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하나님께서 저를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또 책망하시고 계십니다. 남편도 선교편지 앞머리에 나누었지만, 요즘 요한계시록의 말씀으로 매 주일 나의 인생의 시작과 끝이 되신 주님 앞에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듯하던 상황속에서, 나의 모든 것을 바친 지난 시간들을 안다고 위로해 주시고, 끝까지 부르심에 충성하는 자에게 상주심을 상기시켜가며 격려해주시고, 내 삶과 헌신의 본질인 "첫 사랑"을 회복하라고 책망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의 첫사랑은 예배를 통하여 회복되어지고, 사건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충성되게 열심히 주를 섬기면서 몸과 머리가 지쳐버린 제게 주님은 그분을 향했던 첫사랑의 감격과 설레임을 회복시켜주고 계십니다. 한국에서의 안식년이 우연히 저와 제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이 아님을 압니다. 한국에서 보내게되는 시간동안 하나님께서 첫사랑의 순수함과 열정을 회복시키셔서 뜨거움과 열린 마음안에 그분의 뜻과 새로운 비전으로 채워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EAPTC선교회] Newsletter – June 2012

랑하는 선교 동역자님,

무척이나 춥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잠시 오는가 싶더니 주변에는 어느덧 여름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계절의 변화입니다. 아프리카 날씨에 익숙해져서인지 이런 날씨의 변화에 식구가 매일 고투하고 있습니다. 진규와 현규는 서강초등학교의 학교생활을 통해서 놀라운 속도로 한국말을 익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얼핏 들으면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 티가 거의 안날 정도입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모든 선교사들, 목회자들이 같은 고민이겠이겠지만, 안식년을 시작하면서 조금은 선교지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떨어져 있으면서 아프리카의 교회들, 학교들, 사역들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기도하게된 것은 아무래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선교사의 자리가 작지는 않았을텐데도 계속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선교사역을 키워나가는 신실한 현지인 동역자들로 인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타임(Time)지에서 이러한 기사를 적이 있습니다. 복음사역자들의 행복지수가 과거에 비하여 급격히 저하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장 육체적 질환에 많이 노출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교회 안밖에서 사역자들의 쉼의 동기가 인식되는 시대인듯 싶습니다. 저희 가정이 안식년을 놓고 기도하며 고민할때에, 동역하는 현지인 목사님들이 저희에게 웃으며 해준 말이 있습니다. “ 목사님, 목사님이 안계신다고 해서 떠날 사람들은 지난 15년동안 이미 떠나갔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마음놓고 안식년을 가지십시요 ... ” 위로가 되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선교사가 피로가 가중되고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해도 무작정 자리를 비우고 사역지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때와 환경 그리고 알맞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며칠도 자리를 비울수 없는 것이 바로 선교지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식년을 가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가만보면 저와 선교사는 우리의 청춘을 아프리카에 준것 같습니다. 20대말부터 이제 40 넘은 지금까지 어찌보면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져 그저 정신없이 달려온 느낌이 듭니다. 마치 영혼의 엑기스를 모두 짜내어준 기분이랄까요. 때로는 일종의 허탈감을 느낄 정도로 영육간 지친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듯 싶습니다. 그러던중 얼마전 주님이 요한계시록 2 2절의 말씀을 통해 저희를 위로해주시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에베소 교회가 모든 행위와 수고와 인내를 가지고 힘겹도록 주님을 섬겼던 것을 주님이 알고계신다는 말씀이 개인적으로 너무도 가슴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세상적인 눈으로 보면 나이에 이름으로 한채, 적금통장 하나 없는 삶이지만, 그래도 모든 상황 속에서 손해가 아닌 이득이 되는 인생을 살고자 발버둥쳐왔던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주님이 기쁘게 보시고 계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요. 내게 있던 시간, 사랑, 지식, 물질을 아프리카에서 나누었던것 이상으로 우리를 채워주시는 주님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비전을 향한 새로운 힘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주님은 그동안 아프리카땅의 현지인 동역자들과 신앙공동체에 속한 여러 믿음의 식구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16년전 그저 꿈과 비전만을 가지고 홀로 대서양을 건넜던 저에게 이분들은 이석로라는 사람을 지금의 제가 되게 만들어주신 분들입니다. 특히 14년전에 같은 비전을 품고 저의 동반자와 동역자가 되어준 송재은 선교사는 아프리카 선교를 통해 주님이 제게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사심없이 넓은 배려로 길을 따라와준 아내의 정서적 지원에 너무도 고마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선교회와 함께 하는 아프리카인 목사님들 중에는 참으로 귀한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주변의 불우한 고아들을 데려다가 자기 자식처럼 돌봐주는 여러 목사님들, 중산층의 삶을 뒤로하고 빈민촌에 교회를 개척한후 안으로 가족이 이사들어가 성도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신실한 목회자들, 남편은 공인회계사이며 아내는 국립병원의 간호사였던 유복한 부부가 주의 소명을 받은후 신학교에 들어와 사역자훈련을 받고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말라위에 선교사로 나가 사역하는 현지인 선교사들 ... 스승의 입장에 있는 저와 선교사가 봐도 참으로 존경스러운 사역자들입니다. 그리스도의 자도를 삶으로 실천하는 주의 일꾼들이며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도자들입니다. 그간 15년간의 제자 훈련으로 준비된 이분들의 어깨에 여러분과 저의 힘을 실어준다면 우리는 앞으로 이들을 통하여 아프리카의 도시들과 지방들을 반드시 복음화할 있을 것입니다.

프리카인으로 인해 변화되는 아프리카
령님의 역사와 현지인 동역자들의 수고로 년전 케냐에서부터 뿌리기 시작한 소그룹 제자/사역자훈련의 열매가 지금도 계속하여 맺혀지고 있습니다. 초창기의 제자/사역자훈련 출신들이 기반을 이룬 EAPTC 아프리카 선교는 지난번 선교편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9개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1996 케냐에서 선교를 시작하면서 저희들은 아프리카인으로 인해 변화되는 아프리카 바라보며 언제나 현지인이 중심이 사역을 세우기위해 꿈꾸어왔습니다. Nairobi에서 개척한 교회를 현지인 목회자에게 인계하고, 이후에 이끌던 교단사역 역시 임원회를 통해 선출된 현지인 총회장에게 4년후에 이임하였습니다. 2002년도에 시작된 사역자훈련원 역시 1 졸업생인 현지인 목사님에게 2007 리더십을 이양하였습니다. 송재은 선교사 역시 섬기던 유치원의 학교장 직을 3년전 현지인 목사님에게 넘기고 이후로 줄곧 뒤에서 지원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때로는 리더십의 과도기에서 어려운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선교지는 자국인에 의해서 변화되어야한다는 우리의 신념이 있었기에 견뎌낼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했던것이 모두 성령님의 인도와 축복이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말라위
아프리카인이 변화시키는 아프리카 사역의 일례로, 케냐인 Musa Aringo 목사님이 이끄는 EAPTC 말라위 선교회는 수도 Lilongwe 남부지역에 위치한 위성도시 Nkoma 하나의 지교회를 개척하였습니다. 새로운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APTC 아프리카의 지교회들과 목회자들은 나라별로 일년에 한두차례씩 특별연합집회를 가집니다. 말라위 지교회들 역시 지난 부활절 주말을 기해 Lilongwe 모교회에 모여 함께 말씀, 찬양, 친교를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단
수단은 수단과의 독립 이후로 유전에 관계된 이해관계로 인해 끊임없는 정치적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수단이 원유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북수단과 연결되어있는 파이프를 사용해야하는데 얼마전 북수단이 파이프를 봉쇄해 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남수단은 독립 이후로 크나큰 경제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이던 기독교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은 정비례합니다. 왜냐하면 구속사는 세계사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교회들이 건강하게 성장해야만 나라의 경제도 건강하게 발전할수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남수단의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땅의 교회들이 아름답게 서가야만 합니다. EAPTC 수단 선교회가 개척한 남수단의 Juba 교회와 Tongthing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님의 일이 부흥할수록 이에 맞서는 악한 세력의 역사도 아프리카에서 계속되어지고 있습니다. 금년에 들어서만도 냐와 나이제리아에서 이슬람무장세력의 소행으로 간주되어지는 교회를 향한 테러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중보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EAPTC 아프리카 선교 현황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후원자님들과의 더욱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인터넷 통신 수단들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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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eaptc.blogspot.com (이전 선교서신들은 이곳 블로그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으로도 여러분의 계속적인 후원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아래의 사항들을 놓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기도 제목들
1. EAPTC 목회자/선교사들, 사역자훈련원들, 유치원들, 교회들을 위해 (현지인 리더쉽 중심의 팀웍과 성장을 위해)
2. 지교회들, 사역자훈련원들, 유치원들의 건축 보조금 모금을 위해
3. 진규, 현규의 축복된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위해
4. 이석로 선교사의 학업(Ph.D) 주님의 지혜와 은총이 있도록
5. 송재은 선교사의 신촌몬테소리유치원 사역에 주의 은혜가 함께 하도록

선교를 위한 문화적 조종 (Cross-cultural adjustment for Christian discipleship)”이라는 논제를 놓고 진행되어지는 저의 리서치와 논문 역시 만만치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부분은 제가 한국, 미국, 아프리카에서 각각 인생의 1/3씩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갈등하고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또한 문화적 격차를 뛰어넘어 제자를 삼아야하는 모든 타문화권 복음전도자들의 공통적인 숙제라고 여겨집니다. 미래의 선교사 후배 양성에 도움이 되는 논문이 될수있도록 계속하여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소원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데 이르는 것입니다 (디모데전서 2:4). 일을 위해 오늘도 EAPTC 사역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복음을 전하고 주의 말씀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꿈인 선교를 향한 동역자님들의 사랑과 후원에 감사드리며, 안에서 드립니다.

2012 6 25
여러분과 함께 아프리카와 세계를 품는,
이석로, 재은, 진규, 현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