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3, 2023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기도의 동역자들

반복되는 대상포진과 코로나에 갱년기 증상까지 더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지쳐서, 지난 10월 잠시 한국에 가 검진도 받고 몇 가지 이상증상들의 원인을 찾아 처방받은 약들을 잔뜩 가지고 필리핀으로 돌와왔습니다. 하던 일들을 잠시 뒤로하고 혼자 한국에 가서 병원들을 다니고 쉬었던 짧은 시간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남편이 언급한 3가지 스트레스가 없이 선선한 날씨와 아담한 혼자만의 공간에서 3일을 지내고 나니 벌써 모든 아프던 증상들이 나아지는 것 같았답니다. 이러다 아무 이상도 없이 꾀병이란 진단이 나오면 어쩌나 오히려 걱정이 들더라구요. 다행히 꾀병도 아니지만 아주 심각한 상태까지는 아니니 약먹으며 관리하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 되는 정도라니 감사와 안도가 되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선교소식에 항아리를 통하여 “행복한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나누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행복한 선교사는 문제가 없고 늘 평안하고, 사역의 열매가 매일 풍성한 업적을 이루는 선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문제와 도전과 위기와 지쳐감 속에서도 분명한 사명을 가지고 성실히 매일을 살아갈 때 이를 믿어주고 후원하며 응원하며 기도해주는 든든한 동역자들이 함께 하는 선교사라고 믿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저희 가정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진규가 축구경기를 하다가 크게 부상을 입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축구 시즌을 일치감치 하차하게 된 상심 큰 아들을 안아주지도 못하고, 큰 수술을 하는데 곁에 있을 수도 없고, 수술 후 기숙사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며칠간 회복을 하며 지내게 될 집도 없는 상황에서 저의 마음도 엄마로서 참 힘들었습니다.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저의 처지가 답답하고 한심하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수술 과정과 수술 후 돌봐줄 손길을 위해 기도부탁을 하고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간구하였지요. 감사하게도 진규 학교 친구중에 한 부모님께서 선교사 부모가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아시고 기꺼이 그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며 정성으로 간호를 해주고 진규의 상태를 수시로 사진까지 찍어 보내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진규가 기도 속에서 자라는 하나님의 아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뜻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계속 재활을 열심히 하며 축구코치를 향한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암수술을 하신 시아버님께서도 계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남편이 잠시 미국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 몇 가지 준비를 하고 병간호에 지치신 어머니를 위로하고 왔지만, 매일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힘든 일을 당하실 때마다 말씀을 붙잡고 동역자들에게 기도를 부탁합니다. “너희 중에 병든 자가 있느냐? 저는 교회의 장로들을 청할 것이요 그들은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위하여 기도할지니라.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얻으리라. 이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하며 병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많으니라.” (야고보서 5:14-16) 현규가 6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게 됩니다. 그 시기에 저희 부부도 함께 미국에 다녀올 계획인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시아버님께서 그때까지 잘 버텨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기도는 내가 믿고 하면 되는거지 뭐 구구절절 다른이들에게까지 부탁을 하나”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선교사가 되어서는 후원자들에게 사역에 관한 일들에 대해 소식을 나누고 기도요청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인사나 가족의 일에 대한 것을 나누고 기도 부탁하는 것은 꺼리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동역자들은 우리를 그저 대신 나가 선교지 현장에서 일하는 일꾼으로만 대하는 보스들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리의 삶에 관심이 있고 함께 하는 분들이라 믿기에 이렇게 기도 제목을 나누고 같은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신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