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이 선교편지를 다 썼다고 보여주며 저에게도 항아리를 쓰라고 재촉하더군요. 그 때 제 대답이 ... “마음이 힘들어서 항아리를 더 이상 못쓰겠어. 이제 그만 깨 버려야 할까 봐요.” 나를 바라보던 남편이 웃으며 말하더군요. “그래요, 그럼. 근데 시작도 기도하고 했으니 깨는 것도 기도해보고 깨시되, 혹시 기대하고 있을 분들에게 이제 항아리를 깬다고 알려드려요~” 처음 항아리를 쓰기 시작할 때에는, 선교사로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편한 마음으로 나누면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과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에게서 공감이 된다는 메세지를 받으면 힘도 나고 위로도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솔직한 제 심정을 쏟아 놓다 보니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어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었지요. 그래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복잡한 요즘은 항아리를 쓰는 것이 눈치도 보이고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선교사의 뒷모습”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로 우크라이나와 몽골에 이어 현재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사역하시는 주수경 선교사님께서 선교사의 삶과 사역에 대해 쓰신 책이었습니다. 실제 체험을 통한 선교사의 현실적 고민들과 문제들을 선교학적인 이론과 아울러 다루고 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그렇지!” “아멘”을 마음으로 외치며 단숨에 읽게 되었는데, 정말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선교란 무엇인가? 나는 바른 선교를 하고 있나? 하는 질문은 처음 선교지에 왔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자신에게 물으며 답을 찾으려 애쓰게 되는 부분입니다. 현지에서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과 현지인 사역자들과의 갈등, 자녀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선교사 자녀로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선교사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진솔한 문제들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떠나는 선교사와 돌보는 선교사’라는 주제로 선교 현장에 나간 선교사와 보내고 후원하는 동역자들의 관계에 대해 쓰신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는 선교사와 보내는 선교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가는 선교사와 돌보는 선교사’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 선교사님의 표현에 ‘아멘!”으로 동의하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돌봄의 마음을 품은 후원자들을 연결해 주세요’ 하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물론 저희 가정이 선교지에서 지내는 동안, 부족하나마 선교사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과 따르는 아픔을 공감해주고 배려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런 동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실족하지 않고 선교사의 부름에 순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요. 선교사 생활 25년이면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을 법도 한데도, 사역의 업적에만 촛점을 맞추고 고난과 역경은 선교사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영적훈련같이 여기며 연약한 부분을 질책하는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서글퍼집니다.
암수술을 하시고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시아버님과 전화로만 위로하고 기도할 때면, 상황이 좋지 않아 힘들어 하는 친정식구들의 소식을 들으면서도 그저 멀리서나마 기도한다고 말할 때면,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며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면서도 선교지를 떠나기가 눈치 보이고 부담되는 요즘이면 … ‘사역의 성공보다 진실하고 행복한 선교사가 되라고 하는 후원교회의 격려와 응원이 내적인 평안과 힘을 주었다’고 한 주수경 선교사님의 고백이 부럽습니다. 근래 와서 부쩍 골골해진 저를 보며 걱정이 많던 남편의 결단과 몇몇분의 도움으로 조만간 건강검진과 진료차 한국에 잠시 다녀오려 합니다. 선교사의 뒷모습은 선교사들끼리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꿈꾸는 선교지망생들이나 후원하는 교회나 단체들도 필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저의 넋두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항아리를 깨는 대신 행복한 선교사가 되고 싶은 제 마음에 요즘 들어 가득한 생각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어디에 있던 예수님과 함께 행복한 우리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