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7, 2022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선장되신 주님

항아리를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동역자들께 필리핀에서 샬롬을 전합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신조어 “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란 말이, 요즘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겪고 일상으로 되돌아 가려는 우리들에게 “with Corona”란 말과 함께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과는 같지 않은 (어찌 보면 절대 같을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삶을 새로운 일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한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도 있지만,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전의 평범한 일상은 이제 과거의 기준이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재고 거리를 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을 하게 되는 일들 - 이 이젠 우리의 보통 날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 지기도 합니다.

한사람의 인생 안에서도 어떤 관념에 대한 기준은 성장과정, 특별한 사건, 사람 등에 의해 여러 번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성장 속에서 일어나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변화이겠지요. 지난 항아리에서도 나누었지만, 1월에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한차례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 이후 저는 대상포진에 다시 감염되어 고생을 하고, 또 몇 주 전에는 댕기열에 걸려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질병의 공격을 받으며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울 수 있는 일들이 이젠 부담이 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쉬이 지치게 되네요. 단순히 더운 날씨때문이라고만 하기엔 이젠 저의 나이와 체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음이 가끔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을 겪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락다운 생활 속에서의 위축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한 사역을 진행하며 경험하게 된 부담과 스트레스, 혹시나 감염이 될까 작은 움직임조차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긴장감, 부모님이나 동역자들로부터 어려움을 당하는 소식을 들어도 기도밖에 할 수 없는 답답함 등의 요인들이 작용을 해서일까요, 선교를 향한 요즘 저의 생각이 지난 몇 년간에 일어났던 일들로 인해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선교에 헌신한 대학생 시절부터 한 부족이나 지역을 가슴에 품고 그 땅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보다는 사도 바울처럼 여러 지역을 다니고 열방 곳곳에 복음을 전하고 주의 제자들을 더하는 역동적인 선교를 소망하고 기도하며 선교사로 헌신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저의 기도를 들으시고 같은 꿈을 꾸는 남편을 만나게 하셨고,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한국에서, 필리핀에서 열방을 품는 선교를 허락해 주셨지요. 참으로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교지에서의 ‘감격스러운 삶’이 조금씩 힘들고 부담스러운 ‘객지생활’로 느껴지는 것은 지금 지나고 있는 상황때문에 일시적으로 드는 생각일까요? 이제는 지금까지의 선교현장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보내는 선교사들을 도전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사역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가지…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들이 항상 마음의 부담인 저희 부부는 늘 기도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주의 일에 충성을 다할테니 함께 하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주님께서 지켜 주시고 우리의 몫까지 수고하는 동생들의 가정을 축복해 달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부쩍 언제까지 선교지에 있을 거냐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저희들과 가까이 지내기를 원하시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님, 저희들도 이젠 체력적으로 선교지 생활이 힘들기도 하고, 부모님과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길을 열어 주세요’ 하는 기도가 나옵니다.

이렇게 마음이 어수선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때에 주께서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가 평온함을 인하여 기뻐하는 중에 여호와께서 저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107:30)

그리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탄 선교의 배의 선장은 여호와이심을 말입니다. 그러니 이 배가 풍파를 겪을 때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 배에 올라 여호와의 인도하심을 받는 나는 평안함으로 기뻐하며 그분이 소원의 항구로 이끄심을 믿고 기다리면 되겠구나~. 우리 인생의 배를 지휘하시는 여호와로 인하여 항아리 독자님들과 저에게 평온함과 기쁨이 늘 임재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