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4, 2022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위드코로나

“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즘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워낙에 필리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기운이 빠지는 건 지 6년간의 일상이었지만, 요즘엔 부쩍 더 지치고 만사에 의욕도 없이 매일매일을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갱년기 증상인지 코로나를 앓고 난 후유증인지 뭔가에서 이유를 찾고 싶은데, 아무래도 복합적인 것 같다는 남편의 말이 서글픈 위로로 다가옵니다.

지난 12월부터는 백신도 어느 정도 보급되어지고, 주춤한 코로나 확산 덕분에 여러가지 제한들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습니다현규가 다니는 학교도 시범적으로 대면수업 허가를 받아 학교에 갈 준비도 하고, 12 31일엔 언덕에 올라 마닐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 구경도 하며 2022년을 희망으로 맞이하였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2년의 팬데믹 기간 동안 일상이 멈춰버렸던 사람들이 성탄과 새해를 맞아 파티를 즐기면서 갑자기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더니, 급기야는 보건부 집계 하루 3만명을 훌쩍 웃도는 숫자로 다시 전면적인 락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어느날 남편부터 시작된 몸살감기같은 증상이 이틀만에 온 가족에게 나타나고 고열과 심한 편도염, 후두염으로 온 가족이 어쩔줄 몰라 자가진단키트를 구해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 양성이 나오더라구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조심하며 자제하며 지내던 저희 가족마저 어디서 어떻게 감염이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전파력 강한 오미크론은 증세도 감기처럼 쉽게 지나간다는 말을 믿고 며칠 감기약을 먹으며 먼저 증상이 시작된 남편이 앞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5일이 지나며 나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 이렇게 지나가는가보다 버티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현규는 4일간 고열에 심한 편도선염으로, 저는 심한 두통과 미각 상실을 동반한 근육통으로 힘들어 하다가, 결국은 의료선교를 하시는 이웃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조금씩 회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성 판정을 받은 열흘 후에 다시 검사해 음성을 확인하며 온가족이 한바탕 코로나와 씨름을 마치게 되었지요.

그래도 가족이 함께 아프면서 같이 기도하고 서로 위로하고, 또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함께 기도로 응원해 주셔서 몸은 아프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합니다주위의 다른 사람들 보다 조금은 더 힘들게 바이러스와 싸우는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백신도 맞고 이정도로 지나갈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가 많이 작용은 했다지만, 어쨌든 한바탕 오미크론이 휩쓸고 간 필리핀은 다시 조금씩 봉쇄가 풀리고 현규도 대면수업으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위드코로나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고 있는데, 어째 제 몸은 전과 같이 움직여 주질 않네요. 사실 선교소식도 남편이 2주 전에 쓰면서 저에게 항아리도 준비하라고 했는데, 꼭 해야되는 일만 겨우겨우 해나가는 요즘, 힘들고 귀찮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와 산불이, 세계적으론 우크라이나 사태로, 참으로 어수선한 뉴스 뿐이라 뭔가 좀 희망적이고 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다운되어 있는 요즘 제 상태를 나누게 되니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항아리’는 멋지게 꾸며진 이야기보단 선교지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선교사 아내로서 저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이는 곳이라 조금은 지친 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하지만 피곤한 육신과는 달리 영적으론 심적으론 아직 주의 은혜를 감사하며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오늘도 주와 함께 화이팅해보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