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8, 2021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한결같이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오래전부터 저 자신에게 당부하며 지금은 진규와 현규에게도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을 대하거나 사건을 대함에 늘 “한결같아야 한다”, 감사함(Thank you)과 미안함(Sorry)은 즉각적으로 표현하고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총각 선교사로 아프리카에서 무모하리만큼 열심을 다하는 남편을 만나 그의 순수함과 열정에 감동이 되어 결혼을 결심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사명과 사역 앞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끝까지 함께 하자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교하는 가정을 소망하며 23년째를 지내고 있네요.

아프리카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필리핀까지 이어지는 시간동안 사역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힘든 고비도 있었고, 낙심될 때도 있었고,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더 크게 경험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을 고백합니다. 또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말씀이나, 함께 기도하는 동역자들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고, 투정과 불평하던 저를 부끄럽게 하시곤 했지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2020 3 15일부터 시작된 필리핀의 지역 봉쇄는 조금씩 그 강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계획했던 일들이 취소가 되고 일상이라 여기던 것들이 불가능해진 이 상황이 오랜 시간 계속되다 보니, 제 삶의 모토라고도 할 수 있는 “한결같이”, “감사”,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며 사과하기”를 지키기가 쉽지 않네요. 순간순간 불평과 짜증이 기도 속에도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도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회개와 사과보단 핑계와 자기 합리화가 먼저 나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돌아보니 이렇게 못난 저에게 하나님은 참 한결같으셨네요. 남편과 현규도 온라인 수업으로라도 한 학년을 잘 마쳤고, 비대면이었지만 그 결실의 졸업식도 있었고, 편입을 한 진규도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새 학교에서 잘 적응하였고, 6 1일엔 작년에 계획했다가 취소되었던 이사도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무사히 하였고 기도수첩을 보니 저의 떼쓰는 기도까지도 응답해 주신 한결같이 신실하신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사실, 미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시다는 연락을 지난주에 받았습니다. 혼자서 애쓰는 동생에게 미안함도 가득하고, 선교사라는 명목으로 자식 도리도 못하고 있는 것이 화가 나기도 한 마음으로, 어머니의 회복과 모든 응급상황을 혼자 감당하는 동생에게 지혜와 평안을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쉽게 어머니를 뵈러 갈 수가 없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또 투덜거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편 50:15, 23).

지금 이 상황은 저에게 닥친 또 하나의 ‘환난 날’인데, 이 때 내가 할일은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부르고 감사함으로 나를 세우는 일임을 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건져 주시고 구원을 보이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그래서 이 말씀을 붙잡고 주를 부릅니다. 어려움을 만날 때 낙심하며 불평하지 않고, 감사함으로 내 삶이 늘 한결같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