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5, 2020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여호와의 명을 따라

"성막을 세운 날에 구름이 성막 곧 증거막을 덮었고 저녁이 되면 성막 위에 불 모양 같은 것이 나타나서 아침까지 이르렀으되 ... 곧 그들이 여호와의 명을 좇아 진을 치며 여호와의 명을 좇아 진행하고 또 모세로 전하신 여호와의 명을 따라 여호와의 직임을 지켰더라." (민수기 9:15-23)

오늘 아침, 필리핀이 지역간 봉쇄를 시작한지 어느새 100일이 넘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의 소식을 해외뉴스로만 듣다가, 필리핀 내에 감염자가 생기고 전염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며 갑자기 내려진 도시 봉쇄령 후로 거리엔 군인들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큰 도로엔 탱크까지 등장함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던 3월 15일을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뉴스 속에서 불안함, 불평, 주의 보호에 감사를 반복하며 지낸 시간이 어느새 100일이 넘었다네요. 저희가 사역하는 신학교와 현규가 다니는 학교도 일단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향하고 어찌어찌 학기를 마쳤습니다. 갑자기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니 안 좋은 인터넷 사정에 수업자료들도 온라인용으로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그런 도전들로 인해 더 바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필리핀은 제한된 의료시설과 사시사철 파티를 즐기는 국민성 때문에, 일찌감치 대통령의 초강력 정책으로 모든 것이 마비가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일용직의 국민들은 코로나로 죽나 굶어 죽나 매한가지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규제들이 완화되어지고 있지만, 이젠 이렇게 갇힌 삶이 새로운 일상으로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렇지만, 불확실한 앞날을 보며 내심 제 안에는 여러가지 생각들로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4년전 필리핀을 새로운 선교지로 결정한 것은, 저희가 사역하게 될 IGSL이 아시아 전역으로 부터 모이는 학생들을 주의 사역자로 세우는 곳이라는 선교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당분간 학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상대적으로 상황이 낙후된 나라의 인터내셔날 학생들을 받을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으니, 우리 사역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월세도 줄이고 현규가 다니는 학교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몇달째 발품을 팔아 우리 형편에 알맞은 집을 계약하고 3월 28일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지역 봉쇄가 시작되어 이사를 계속 미루던 중,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집주인이 지난 주에 계약을 파기한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도 했구요. 작년부터 후원도 조금씩 줄고 있는 상황에서 변수가 자꾸 생기니 선교지를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민수기의 말씀으로 주님은 제가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생활을 하는 동안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들의 광야 행진에는 구름기둥이 멈추면 행진을 멈추고 구름기둥이 움직이면 따라서 이동한다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시고 지키시는 흔적이었습니다. 구름기둥이 있는 곳에 이스라엘 백성이 있었고 이스라엘은 안전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선교사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때때로 길을 잃은 듯 고민하고 갈등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사역이 확장되고 일이 많아지면 내가 주를 위해 뭔가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때때로 멈춰서야 할 때에는 뭐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환경을 바라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환경 대신 하나님이 어디에 계신지,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봄을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주님 보다 앞서지 않고,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를 기다리고 따르는 믿음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의 시선이 하나님의 인도를 살피며, 믿음으로 순종할 때 주시는 평안을 마음에 누리고 싶습니다.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주님 뜻이 아니면 내가 멈춰 서리다. 나의 가고 서는 것 주님 뜻에 있으니, 오 주님 나를 이끄소서.” 즐겨 부르는 이 찬양이 곡조만이 아닌 내 삶의 고백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환경에 밀려서나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불안해서가 아니라, 저와 항아리 독자들이 민수기의 말씀처럼 여호와의 명을 따라 행하며 여호와의 직임을 지키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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