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4, 2018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유니게와 디모데

사한 항아리 독자분들께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성탄과 주님과 함께 하는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바라며 마닐라에서 인사드립니다. 남편이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늘 비슷한 날씨와 환경 속에서 지내다보면 시간이 지남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 새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지만, 돌아보면 아쉬운 일들도 많고 후회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특별히 진규와 현규에게 좀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지혜롭게 대하지 못한 것이 제일 맘에 걸리고, 여러가지 힘든 시간을 보내며 도움이 필요한 DLC (Dynamic Learning Center: 제가 책임자로 교목으로 섬기는 신학교내 어린이 학교)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살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극성스럽게 예수를 믿으시던 외할머니 덕분에 부흥회를 따라다니고, 주일학교를 빼먹지 않고 다니다가, 어린 나이에 주님을 영접하고 성경을 읽으며 교회에서 자란 저는, 성인이 되고 신학생이 되어서도 한가지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바로, 기념비적인 회심의 경험이나 신앙간증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선교훈련을 할 때 예수를 믿기 전, 믿게 된 계기, 믿은 후의 삶에 대한 간증을 늘 준비하고 나누라고 하면, 저는 사도바울처럼 뚜렷한 체험이 없음으로, 멋진 간증을 나누는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부러웠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의 큰 고난을 겪지 않고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기도 가운데 좋은 신앙의 선배들 틈에서 지내온 제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물론, 부모님의 사업실패와 미국이민 초창기에 겪었던 어려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중에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기도하게 하셨음을 돌아보면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어린이 사역에 부르심을 감사합니다. 때로는 당장의 열매가 보이지 않는 듯하여 위축될 때도 있지만, 어릴 적부터 창조주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듣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임하는 은혜를 제가 경험했기에, 오늘도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알려주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이제 반 년만 더 지나면, 진규는 부모품을 떠나 대학을 가게 됩니다. 아기때부터 하나님을 듣고 자란 진규가 한국에서 어려운 시간을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경험하고 체험적인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세상에 나가서도 진규가 전적으로 주님을 의지하고 말씀대로 살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DLC 학생들은 대부분 사역자의 자녀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직 예수님을 자신의 주님으로 만나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더러는 예수를 믿기때문에 어려움을 당하는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하나님과 부모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가치있는 삶에 대해 성경을 나누는 일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보람되기도 합니다. 제가 영어이름을 지을 때 100일동안 기도하며 성경을 읽다가 찾은 이름이 Eunice(유니게)입니다. 제 혈육의 자식뿐만 아니라 많은 영의 아들  Timothy(디모데)를 양육하는 믿음의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헌신하며 찾은 이름입니다. 신명기 32:46에서 말씀합니다.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오늘 너희에게 증언한 모든 말을 너희의 마음에 두고 너희의 자녀에게 명령하여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게 하라. 이것의 저의 소명입니다. 그리고 요한3 1:4의 말씀에 명시된바 내가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행한다 함을 듣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없는 것처럼 제게 맡겨주신 모든 자녀들이 자라면서 진리 안에서 행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큰 기쁨을 바라며 오늘도 보내신 곳에서 충성하려 합니다. 이 기쁨이, 함께 기도하며 저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의 기쁨이 될 줄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