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30, 2017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육신의 부모님들

"너도 이제 50인데, 이젠 그만 선교지에서 돌아와 편하게 예수 믿으면 안되는거니?" 이렇게, 아직도 부모님들께는 염려를 끼치는 선교사로서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문득문득 먹먹할 때가 있습니다. 편안하게 산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마닐라에서의 생활이 특별히 어렵고 힘들 것도 없으니 어디서 사는지에 대한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고, 주의 제자들을 훈련하고, 교회들을 세워가는 것은 오히려 감사와 만족이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진규와 현규도 선교사 부모를 따라 차례 이동을 하면서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의 기도를 받으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인도하심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넓은 시야를 가질 있음이 감사하지요. 필리핀에는 오히려 학업과 사업을 위해 나와있는 한국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감사하며 지내다가도 나이들어 가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양가 어머님들께서는 지난 달에 감기 폐렴으로 고생을 하시고, 아버지께서도 점점 약해지시면서, 가끔씩 전화통화를 때면 손자들을 보고싶어 하시고, 저희들을 염려하십니다.

다음 달에는 친정 아버지께서 팔순을 맞으십니다. 환갑때에도, 칠순때에도 함께 하지 못했고, 매달 맞게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후원으로 살다보니, 변변히 생신선물도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마음을 담아 적은 카드를 보내는 뿐입니다. 언제까지 우리들을 보고싶어 하시며 그자리에서 기다리고 계실지…. 그저…. 주의 종의 가정을 돌봐 주소서! 하늘 아버지께 순종하고 충성하오니, 육신의 부모님들을 주께서 책임져 주시옵소서! 하는 기도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