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3, 2015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리로다 (2015년 9월)


어느새 9월입니다. 극성을 부리던 여름더위가 한풀 꺽이는듯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며 지내던 것도 잠시였고, 이젠 새롭게 전개해 나갈 다음 사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말이 서툴어 학년을 낮춰서 진학을 했던 아이들은 이제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 티가 전혀 나지 않게 한국말이 더 편하다하고, 교회와 신앙공동체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디끼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생활의 작은 편리함을 누리는 전형적인 워킹맘이 된 저를 봅니다. 와중에 그 성실함이 변함없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공부하며 사역의 길을 넓혀가는 우리 남편은 참~ 한결같습니다. 얼마전 제 생일에 시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카드에 이렇게 쓰여 있더라구요. 어려운 살림 꾸려가랴,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 보필하랴, 아이들 양육에, 사역까지 ... 많은 일을 감당하는 우리 며느리~ 늘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 정갈하게 쓰여진 어머님의 카드를 읽다가 눈물을 왈칵 쏟으며 한참을 넋놓고 있었답니다.


30대의 젊음을 다 바친 아프리카 사역을 뒤로하고, 25년 만에 모든 것이 오히려 낯선 한국에 돌아와 안쉴년(?)을 보내고, 이제 다시 새로운 사역지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 시간 ... 저는 요즘 하나님 앞에 투정을 많이 부리고 있습니다. 수시로 넘어지며 부르심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았지만, 나름 저의 시간과 열정을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아낌없이 영원한 주의 나라 상급을 위해 쏟아 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역지에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것이 선교사로 헌신한 내가 져야하는 내 몫의 십자가라고 생각하며 기도하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련을 이겨낼 때마다 감사와 함께 해냈다라는 자부심도 생겼지요. 그리고 이런 나의 모습을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얼마전, 친정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의견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생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들 없는 집안에 장녀로서 자식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에게 짐을 지워 주고 있음에 마음 한 구석에 늘 미안함을 담고 살고 있는 차에 동생이 제게 던진 한마디가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언니는 선교사라는 명분을 앞세워 결국 언니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주위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거다. 물론 동생도 어려움 속에서 마음이 상해 한 말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나름 희생이라 생각하고 내 욕심을 내려놓고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내 삶이 이기적인 삶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허무하고 화도 나고 많이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이게 뭐냐고,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나선 내게 돌아오는 것이 이런 비난이냐며 며칠이나 투정을 부렸습니다.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던 제게 날아온 시부모님의 격려는 저의 교만과 허세를 무너뜨리고, 다시 한번 겸손히 주님 앞에 서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 마음의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 없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우리는 이목사보다 재은이를 더 믿고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말씀해 주시는 시부모님 앞에서 부끄러운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친정 부모님들께도 죄송스럽지만, 사실 형제가 많지도 않은 집의 장남으로서 명목만 맏며느리라고 걸어 놓았을 뿐 자식 노릇 제대로 못하고, 중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부모님들의 마음에 안쓰러운 자식으로 기도제목이 되고 있는 저희 부부는 세상의 기준에 한참을 못미치는 불효자들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면, 마주하는 현실에 위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에라도 내가 투정을 부리고 내 마음을 토해낼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기억하며 힘을 얻습니다. 나이드신 부모님들을 위해서도 외로운 동생들을 위해서도 제가 할수 있는 일은 이 모든 것을 아시고 살피는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것 뿐이네요.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리로다. (시편 6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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