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3, 2013

항아리 [선교사 아내 이야기] – 믿음통장 (2013년 10월)

안식년이란 명목으로 한국에 나온지 어느새 2년이 가까워 옵니다.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지낸 시간만큼이나 한국에서의 시간도 훌쩍 지나고 있네요. 혼자서 현지인 동역자들과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노총각 선교사와, 어린이 선교에 헌신하고 사역지를 찾던 노처녀 선교지망생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와 열정으로 맡겨진 분야에서 충성하며 지난 15년을 후회없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으로 안식년을 보내러 왔습니다. 오랫동안 저희 부부를 응원해 주시며 기도해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활속의 작 것조차 대책없이 현지인들과 나누는 남편이나, 아프리카 친구들과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허물없이 지내던 진규와 현규가, 때론 살림하는 제겐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렇다고 저만 내것을 챙기며 이기적으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들과 케냐에 새로 오시는 선교사님 가정이나 현지 교회의 사역자들을 마음을 다해 살피고 섬기며 베풀며, 신기하게도 채우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나누며 사는 기쁨이 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서서히 지치고, 줄어드는 후원에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고,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몸도 쉽게 피곤하여지고 하는 이유들로 안식년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성숙해지는 현지인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선교지를 떠나있는 것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마침 남편에게 공부할 기회가 생기면서, 기도하며 안식년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항아리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말이 안식년이지 남편은 공부하느라, 저는 직장생활하느라, 아이들은 낯설은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쉬지 못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생활의 편리함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맛난 음식들과 늘 긴장하며 지내던 선교현장을 떠난 삶이 안식년이란 시간을 채우고, 퍼주고 섬기기만 하면서 지치고 메말라가던 영혼도 새로운 말씀과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가끔씩 아프리카에서 느끼던 외로움과 투정들도 새로운 만남과 뜻밖의 돌봄의 손길들로 인해 채워지고 치유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얼마전에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어 받아보니, 생일 축하한다며 문 앞에 미역국을 두고 간다는 친구였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마포구 상수동입니다. 서울의 다른 끝자락인 수락산에 사는 친구가 제 생일을 기억하며, 잡채며 불고기며 여러가지 전까지 부쳐서, 미역국에 따뜻한 밥도 챙겨 아침 잘 챙겨먹으라고 놓고 간 것입니다. 제 생일에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어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 정성스레 잔칫상을 준비해서 새벽길에 달려와 깰까봐 조심스레 놓고 가면서, 전화로 생일 축하한다는 친구 ... 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이게 무슨 짓이냐’고 타박을 했지만, 감격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난주 목사님의 설교 중에 요셉이 어디에 있던지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믿음을 지키고 성실하게 살았던 이야기를 하시며 믿음 생활의 원칙에 대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입금없이 출금도 없다.” 믿음은 기도와 말씀과 예배로 충분히 입금이 되어져야, 필요할 때 출금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셨지요.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습니다. 제겐 지금 안식년이란 이 시간이 그렇습니다. 물론 몸과 마음의 재충전의 시간이 분명하지만, 지난 15년간 아프리카에서 누가 알아주던말던 ‘주님은 아시지요’ 하는 맘으로 입금했던 제 믿음을, 필요에 따라 조금씩 꺼내서 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일생을 마이너스 되지않는 넉넉한 믿음통장을 가지기 위해 계속 기도와 말씀과 예배와 섬김으로 채워야지 다짐합니다. 항아리 애독자 여러분들의 믿음통장도 늘 넉넉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