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이란 명목으로 한국에 나온지 어느새 2년이 가까워 옵니다.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지낸 시간만큼이나 한국에서의 시간도 훌쩍 지나고 있네요. 혼자서
현지인 동역자들과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노총각 선교사와, 어린이 선교에 헌신하고 사역지를 찾던 노처녀 선교지망생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와 열정으로 맡겨진 분야에서 충성하며 지난
15년을 후회없이 보냈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으로 안식년을 보내러 왔습니다. 오랫동안 저희 부부를 응원해 주시며 기도해 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활속의 작은 것조차 대책없이 현지인들과 나누는 남편이나, 아프리카 친구들과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허물없이 지내던 진규와
현규가, 때론 살림하는 제겐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었지요. 그렇다고 저만
내것을 챙기며 이기적으로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들과 케냐에 새로 오시는 선교사님 가정이나
현지 교회의 사역자들을 마음을 다해 살피고 섬기며 베풀며, 신기하게도 채우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나누며 사는
기쁨이 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 서서히 지치고, 줄어드는 후원에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고,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몸도 쉽게 피곤하여지고 하는 이유들로
안식년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성숙해지는 현지인 리더들의
모습을 보며 선교지를 떠나있는 것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마침 남편에게 공부할 기회가 생기면서, 기도하며 안식년을
결심하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항아리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말이 안식년이지 남편은 공부하느라, 저는 직장생활하느라, 아이들은 낯설은 환경에서 적응하느라 쉬지 못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생활의 편리함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맛난 음식들과 늘 긴장하며 지내던
선교현장을 떠난 삶이 안식년이란 시간을 채우고,
퍼주고 섬기기만 하면서 지치고 메말라가던 영혼도 새로운 말씀과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가끔씩 아프리카에서 느끼던 외로움과 투정들도 새로운 만남과 뜻밖의 돌봄의 손길들로 인해 채워지고 치유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