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고생 많으셨을 텐데, 한국에 오시니까 좋지요?” 하고 제가 아프리카에서 10년을 넘게 지내다가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온 선교사라는 소개를 받는 분들이 물으십니다. 그럼, 전 마땅히 “네. 좋습니다.” 하고 대답을 해야할텐데 솔직히 그런 대답이 선뜻 나오지는 않습니다. 거의 25년만에 돌아온 한국은 오히려 많은 것들이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행을 결정했지만, 한국어도 서툰 진규와 현규는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어 했고, 지난 선교편지에서도 나누었듯이 남편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혼란스러워했었지요.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게 된 저는 다른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맡겨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강한척 지냈습니다. 저는 지금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며 어린이 사역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안식년을 맞은 선교사인 저를 많이 배려해 주시고, 함께 일하는 교사들도 저를 믿고 격려해 주시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기독교 유아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며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고 기름기도 많은 한국 음식 덕분에 살도 많이 찌고, 원한다면 한국 TV도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고, 이렇게 바라던 환경에서 지내면서도 어쩐지 몸과 마음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삶은 아무래도 선교 현장인지라 정신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어야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긴 했지만, 시간적으론 여유가 있었지요. 그런데 한국 생활은 조금은 편한 생활환경에서 있긴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주위를 살필 여유도 없이 무엇에 쫓기듯 살고 있더라구요. 길을 다니면 도저히 민망하여 눈길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패션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번듯하게 교회건물들은 지어놓고 사회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한국교회의 단면들을 보면서 ‘도대체 요즘 한국은 왜 이런거야?’ 라는 비판만 하게 되더군요. 때론 유치원에서 너무도 경우없는 젊은 학부모들과 제대로 가정에서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소식들과 학부모들의 과잉경쟁으로 지쳐하는 어린아이들, 케냐와 비슷한 수준의 정치판... 심지어는 진규와 현규가 신호등을 지키지않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그대로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사람들이 왜 케냐사람같이 하냐고 물어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 왜 우리를 한국으로 보내셨나요?’ 하는 질문과 푸념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구요.